Retro Game & PC/매뉴얼 팁 작업

CRT TV 와 모니터 - 추억의 화면 품질

smores 2023. 10. 3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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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레트로 컴퓨터, 게이밍을 다시 취미삼아 끄적이기 시작하면서 과거에 직접 느꼈던 CRT 화면에서의 화질에 대한 감성을 잊지 못해 고민하다가 결국은 소형 TV(Philips 9인치) 하고 PC용 VGA 모니터(Dell 17인치)를 중고 마켓에서 운 좋게 괜찮은 가격에 구했다. 

 

2년전 일렉기타 취미를 평생 취미이자 메인으로 몰빵한다는 생각에 얼마 안되는 레트로 컴퓨터와 게임 콘솔을 대다수 팔아버리면서 가지고 있던 Sony Trinitron TV, 애플2c와 전용 컬러 모니터, Commodore 64와 전용 1702, 1902 모니터, 닌텐도 콘솔, ZX80 컴퓨터 등을 다 팔아버린 마당에 제일 아쉬운게 CRT 모니터라 느낀다. 특히 1902 모니터의 경우 SVideo 급 신호까지 잘 처리를 해준 덕에 애플2 80컬럼 텍스트 화면이나 PS2 의 VGA급 게임 영상도 크게 번지지 않으면서도 CRT 특유의 색감과 주사선의 느낌을 살린 멋진 화면을 보여주던 모니터라 가장 아쉬운 장비이다. 이제는 ebay 등에서 구하려 해도 괜찮은 물건은 $2-300 이 훌쩍 넘어가는 듯 하다. 

 

어쨌거나 요즘은 CRT 기기는 동네 중고장터에서 구하기 쉽지 않다. 내가 있는 미국의 경우 오래전부터 환경 문제때문에 생산 중단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폐기하는 것 조차도 쉽지 않아져서이다. 중고 전자기기의 경우 함부로 못 버리고 전담 폐기 센터가 있는데 CRT는 안받는지 꽤 된 듯... 그리고 허리가 안좋아져서 이제는 무거운 CRT TV나 모니터는 들기도 버거워서 17인치급 컴퓨터용 모니터 정도가 그나마 큰 부담 없이 다룰만 한 한계인 듯 하다. 17인치 VGA 모니터 급이면 TV라면 14인치 정도랑 비슷한 사이즈와 부피인것 같다. 

 

운 좋게 9인치 TV 부터 구해서 비록 실기로 테스트할 만한 장비라고는 Playstation 2 하고 Namco 게임 몇개가 들어 있는 조이스틱 타입의 게임기, 그리고 최근에 알리에서 $13대에 구한 에뮬레이션 포터블 핸드헬드 게임기 (Datafrog SF2000) 정도가 전부지만 일단 테스트를 해 봤다. 전부 TV의 AUX RCA 신호입력단을 통해 넣어서 NTSC composite 해상도 수준의 화면들이다. TV 자체가 작아서인지 SVideo 단자도 없는 모델이다. 일단 화질은 꿈에서도 그리워 할 정도였던 CRT phosphor 에서 구현하는 색감과 주사선 느낌이 느껴지는 추억의 그 화질... 너무나 만족스럽다. 다른 것 보다도 노랑, 빨강(주황), 녹색, 파랑 모두 LCD 에서 보이는 가라앉은 듯한 색감과는 달리 너무도 밝고 화사하게 느껴진다. 다른건 다 좋은데 Datafrog SF2000은 애초에 에뮬레이션으로 만든 화면을 내보낼때 가장자리가 살짝 잘린 영상으로 내보내는 듯. LCD에서는 잘림 없이 다 나오는데... $13 짜리에 큰 기대는 안했기에, 그리고 다수의 게임들은 게임을 즐기는데 큰 지장이 없기에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인다. 그 가격에 6천여개의 게임까지 들어있고, LCD 화질은 생각보다 엄청 괜찮은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SF2000 의 composite 출력은 가장자리가 좀 잘려서 나온다

 

내친김에 컴퓨터의 VGA 출력단에서 나오는 신호를 VGA-composite 변환기를 거쳐서 각종 에뮬레이터를 사용해서 만든 레트로 컴퓨터와 게임 화면들을 출력을 해 본다. 역시 환상적이다. 특히 8, 16비트 시절의 게임 콘솔들은 mednafen 으로 linear interpolate 한 부드러운 화질을 VGA 측(Display 2 - main display)에 윈도우의 적당한 해상도(640x480 ~ 1024x768 어떤 것이던 괜찮다)로 전화면 모드로 보내면 (stretch full) 화면을 가득 채우면서도 깔끔하다.

 

 

주로 즐기는 8비트 컴퓨터 에뮬레이터 중에서 Commodore 64 나 Atari 400/800 까지는 완벽한데 애플2가 약간 아쉽다. 컬러 게임까지는 그런데로 괜찮은데 모노크롬 녹색, 또는 백색 화면의 텍스트 전용 소프트웨어에서는, 특히 80컬럼 텍스트(CP/M 등을 돌릴때 필수) 모드에서는 글자가 너무 번져서 도저히 볼 수가 없다. 40컬럼도 너무 퍼져서 제대로 쓰기는 곤란한 수준.

 

 

결국은 이 문제 때문에 무게가 부담이 되는데도 17인치 Dell VGA 모니터를 $30에 구하게 된 것. 그런데 가져와서 테스트를 해 보니 Apple 2 에뮬레이터의 모노크롬 화면에서는 가장 완벽한 추억의 화질을 구현해 주는데 비해 컬러 게임들은 색감이 칙칙해서 TV 화상을 도저히 따라가질 못한다. 모노크롬 Apple 2 의 텍스트 화면은 VGA 640x480 화면에서 AppleWin 의 모노크롬, 강제 스캔라인을 그려주는 모드가 가장 추억의 화면에 가까운 듯. 17인치 큰 화면의 중앙에 좀 작게 나오긴 하지만 어릴때 실기를 사용하면서 경험한 모니터는 조금 작은 것이었기에 글자 크기조차 추억과 비슷한 느낌이다. ^^

 

 

두개의 CRT 장비(하나는 composite 해상도만 지원하는 TV, 또 하나는 640x480 ~ 1280x1024 까지 지원하는 PC용 VGA 모니터)를 갖춘 후 이것 저것 테스트를 해 본 나름대로의 감상을 정리해본다.

 

과거 8, 16비트 게임 콘솔들은 애초에 TV에 연결하여 사용하는 것을 기반으로 설계되었고, 도트 그래픽 역시 그것에 최적화해서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색감도 그렇고 TV 스캔라인의 특성상 가로로는 토트 경계가 없이 뭉개지고 세로 역시 살짝 퍼지는 느낌에 맞춰서 도트를 찍었으리라 본다. 때문에 해당 콘솔들은 애초에 TV가 최적의 스크린이라 느껴진다. 실기가 없는 나의 경우는 PC에서 mednafen으로 에뮬레이트를 하면서 VGA 신호를 VGA-composite 변환기를 거쳐서 보내주는 것으로 소프트웨어 실행 편의와 화질 모두 만족할만 하다. 특히 mednafen 을 좋아하는 이유는 대다수의 과거 콘솔 에뮬레이션을 동일한 유저인터페이스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게임 컨트롤러 키 매핑도 무척 편하고. 다만, mednafen 은 커맨드라인 모드로 실행하는 에뮬레이터라 편하게 쓰려면 적절한 런처가 있어야 한다. 나의 경우 Visual Basic 으로 간단한 런처를 만들어서 각종 옵션 조절도 쉽게 하면서 잘 쓰고 있다. 아래 그림에도 나오듯 지원되는 콘솔 종류도 상당하다. 내가 하고 싶은 콘솔은 다 커버된다. 심지어 Sega Saturn, Playstation 1, PC Engine 이나 Megadrive 의 경우 bios 만 넣어 두면 CD 게임도 잘 돌아간다.

 

그런데 Sega Saturn 하고 Playstation 1 수준에 이르면 약간 애매하다. 애초에 게임 콘솔에서 나오는 그래픽이 이전의 콘솔 대비 상당히 고해상도인 듯 하다. 이걸 NTSC composite 으로 바꾸면 일종의 다운스캐일링이 되는 느낌이다. TV로 보면 색감은 화사하고 좋은데 해상도가 부족한 듯 도트들이 뭉개져서 디테일이 줄어드는 느낌이다. 어짜피 노안이 온 눈으로 9인치의 작은 스크린으로 보면 잘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뭔가 디테일이 아쉽다는 느낌이 든다. 이 경우 해상도의 아쉬움을 해결하는 방법은 현대의 고해상도 LCD 모니터에서 bilinear option 을 켜고 적당한 사이즈로 확대한 모드로 (integer scale), 강제 scanline 은 그리지 않고 보는 방법이 있고, 색감까지 원하면 HD급 (최소 720p) LCD TV(PC용 모니터가 아닌)에 HDMI 단자를 통해 넣어서 보는 방법이 있다. 다만 TV의 경우 아직 최적 셋팅을 몰라서인지 도트는 아주 살짝 뭉개지는 느낌이다. 둘다 LCD 인데도 TV와 컴퓨터 모니터간에는 색감에서 차이를 느끼는데 왜 그런지 잘은 모르겠다. 최근 해외에선 4K 70인치 이상의 OLED TV를 컴퓨터 모니터로 사용하며 스팀 또는 Xbox 게임을 즐기는 것에 대한 평가를 하는 유튜브 영상들이 자주 보이는데 TV와 모니터는 근본적으로 다른 뭔가가 있는 듯 하다.

PS1 게임. 빠르게 움직이는 영상이라 아이폰 카메라로 찍은 이미지가 가끔 촛점이 안잡히는 오브젝트들이 나오곤 한다.

 

가지고 있는 Playstation 2 와 Nintendo Wii 레벨에서는 이미 이번에 마련한 CRT TV 로는 대처가 안된다. 실기의 경우 그냥 LCD TV 의 component 단자로 넣는 것이 나은 듯. 그리고 에뮬레이터의 경우 내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거의 10년전에 나온 Dell Precision workstation인데 아무래도 Playstation 2 이상의 콘솔 에뮬레이션을 하기엔 버거운 게임들이 있는 것 같아서 그냥 실기로 즐기는 것이 낫다. 역시 애매한 것이 Sega Saturn, Nintendo 64, Playstation 1 정도인데 에뮬레이션 화면을 720p  LCD TV 로 보냈을 경우 왠지 도트가 살짝 뭉개지는 느낌이라 다른 방법이 없나 고민하다가 이번에 구한 CRT VGA 모니터로 테스트를 해 보았다. 결과는... 색감은 역시 살짝 아쉽지만 VGA 640x480 모드에 full screen 으로 stretch 한 linear interpolate 된 화질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강제 스캔라인을 안 그려도 640x480 모드에서는 이미 CRT 화면에서 살짝 스캔라인이 보인다. 색감만 조금 더 밝고 만족스러웠다면 최선이었을 듯...  즉 CRT VGA 는 애플2 텍스트 화면용과 Playstation 1 , Sega Saturn 에뮬레이션 화면에서 나름 쓸만하다. 

 

 

Playstation 1 - 1945 II Strikers

 

 

나의 경우 방송용 모니터는 안써봐서 얼마나 좋을지 모른다. 다만 방모는 이미 오래 전 부터 중고도 워낙 가격이 높아서 이런 취미 용도로 투자하기엔 부담이 되서 시도를 못해봤다. 현재로는 Playstation 1, Sega Saturn 이하의 콘솔의 경우는 이번에 마련한 TV면 충분하고, Playstation 1, Sega Saturn 은 mednafen 영상을 LCD TV 또는 CRT VGA 모니터로 보는 정도로 타협하면 될 듯 하다. PS2 이상부터는 LCD TV 가 최적일 듯 하다. (이런 영상에 대한 느낌의 차이는 아무리 해도 카메라 이미지로는 담기질 않아서 아쉽다)

 

Playstation 2 실기에서 실행한 Soul Calibur 3를 720p (native 1440x900p) 19LG31 LG LCD TV 로 본 화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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