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과장님, 이번 회로 검증은 GPT-CAD로 돌려봤는데, 성능이 17% 향상되네요.”성우는 모니터에 비친 회로도보다 팀장의 표정을 먼저 바라봤다. 기대감, 안도, 그리고 약간의 우쭐함. 모든 감정이 말 한마디에 들어 있었다.“역시 AI가 요즘엔 더 빠르고 정확하네요.”누구도 성우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 아니, 필요 없었다.그렇게 성우는 은퇴했다.예정보다 3년 앞당겨진 은퇴였다.퇴직금 명세서를 들고 나오는 날, 그는 1층 로비에 있는 커피 자판기를 멍하니 바라봤다.“뜨거운 믹스커피 한 잔… 그건 아직 AI가 못 뽑겠지.”버튼을 누르며 혼잣말을 했지만, 자판기 옆에는 “AI 커피 추천 시스템 도입 예정”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기가 막혔다.집에 돌아온 그는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켰다.채널을 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