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일기

(추억) Buffalo Hot Wings

smores 2022. 12. 3. 06:41

최근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이 미국에서도 유행이라 합니다. 한국에서 시도되고 새롭게 개발된 다양한 양념 소스와 함께,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튀겨진 식감이 성공의 비결인것 같습니다. 특히 소스의 달고, 맵고, 짭짤하고, 고소한 맛들의 절묘한 조합이 프라이드 치킨의 원조라고도 할만한 미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던 맛입니다.

오래전 한국에 살때는 전기구이 통닭이 한때 유행했던 기억이 있고, KFC 가 들어가면서 기름에 튀긴 프라이드 치킨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전 KFC 에서 치킨 샌드위치(버거?)를 먹고 체해서 몇년동안 프라이드 치킨을 보기도 싫어했던 때도 있었고요. 

2001년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1년정도 살 동안도 미국식 핫윙은 먹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대신 한인이 운영하는 치킨 가게에서 엄청 바삭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프라이드 치킨을 먹어보고 그 맛에 반했었던 기억은 있고요.

2002년 한국에 돌아가서도 프라이드 치킨을 그닥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2005년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 다시 나와서 살게 되면서 2006년 중반 이웃의 초청으로 동네 Buffalo Wild Wing 이라는 잘 나가는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맛보게 된 정통 핫윙 소스에 갑자기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 가게에 가본 순간 저에겐 처음 접한 음식이 아니란 것을 눈치챘습니다. 

저의 경우 1996년에 국제 학술회의 참석차 오하이오 켄트의 Kent State University 에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는 Kent 타운은 Kent State University 만 아니면 정말이지 별거 없는 촌동네였습니다. 다운타운을 한쪽 끝에서 반대 끝까지 걸어서 10-15분이면 가로지를 만큼 작은 타운이었으니까요. Kent 대학 역시 4-5th tier 대학으로 별것 없는 학교였을 듯 한데, 마침 전 미국 액정 연구단 (liquid crystal technology research institute)가 들어가 있었고, 그곳은 인근의 두개의 대학 (Univ. Akron, Univ., 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 하고 연계하여 미국의 액정 기술 개발을 선도하던 곳이었기에 국제 학술회의가 개최됬었습니다. 당시 LCD 기술이 상용화로 한참 뜨거워지던 초기로, 컬러 TFT LCD 들이 컴퓨터 모니터 (주로 랩탑) 와 소형 TV 에도 적용되기 시작하던 시점이었습니다. 그 학회에서 Akron 대학에서 포스트닥터를 하던 한국분이 학회에 참석한 비슷한 또래의 한국 연구원들을 데리고 갔던 곳이 그 동네에 있는 Buffalo Wild Wing 이었습니다.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마자 매우 신선한 장면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높은 천정에 기구를 사용해서 엄청나게 무겁고 큰 CRT TV (아마도 27-36인치급) 들을 사방에 주렁주렁 달아 놓고, 케이블 TV 의 스포츠 채널들 여러개를 틀어주며 맥주와 치킨을 먹으며 스포츠 영상을 즐기는 곳이었습니다. 지금이야 흔한 장면이지만 그 당시는 그런 레스토랑은 처음 봐서 매우 신선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메뉴를 오더하려는데 한국에서 간 사람들은 다들 잘 몰라서 Akron 포스트닥을 하던 분에게 맡겼더니 regular hot 소스로 프랜치 프라이랑 10인분쯤 시키더군요 (방문자는 7명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문제는 한국사람들 입에는 너무 생소한 맛과 양념이었습니다. 단맛은 하나도 안 느껴지고, 입에 넣기도 전에 엄청나게 맵고 신 식초향이 코를 찌르는 바람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한입 먹어보니 생각대로 시고, 맵고, 거기다 엄청나게 짜기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조각을 제대로 못먹고 맥주만 마시다 나왔고, 나머지는 오더한 분이 신나서 다 싸가지고 집에 가져갔고요. 그래서 미국식 핫윙 소스는 전혀 취향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2005년에 미국에 나와서 한 1년을 살면서 미국식 느끼한 음식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아니면 올랜도의 더운 날씨 덕이었는지 그 시고, 짜고, 매운 소스가 입에 착 붙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핫윙이라고 하면 그 오리지널 소스를 제일 좋아하게 되었고요. 동네 그로서리에도 Red Hot 이라는 이름으로 소스를 파는데, 전 Buffalo 도 아닌 오리지널만 사 먹는 편입니다.

2008년부터 뉴욕주 로체스터 인근에 살게 되면서 그곳에서도 Buffalo Wild Wing 을 즐겼는데, 우연한 기회로 이 음식의 원조가 로체스터에서 머지 않은 Buffalo 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됬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날을 잡고 가족들과  차로 Buffalo 까지 원조를 즐기러 갔었습니다. 2009년 5월 24일이네요. 

운전하며 본 Buffalo 의 풍경은 Rochester 보다 좀 더 황량한 곳이 많더군요. 한때는 번성했을 법한 지역인데 대부분의 빌딩들이 비어있는 듯 유리도 깨진 채로 놓여있고, 길에도 사람도 안보이는 곳을 꽤 여럿 지났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이 Buffalo Wing 의 원조라는 Anchor Bar

한시간 반 이상 운전해서 오후 약간 늦은 시간에 도착했기에 나름 맛있게 먹기는 했지만, 저희 가족 입에는 동네 Buffalo Wild Wing 이 훨씬 더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소스가 좀 부족한듯 뻑뻑하고, 맛도 Buffalo Wild Wing 의 다양한 소스들이 하나같이 더 감칠맛도 있고 맛있게 느껴집니다. 원조 가게를 방문했다는데 의의는 있지만, 다시 기회가 되어도 근처에 Buffalo Wild Wing 이 있으면 원조보단 인기있는 프랜차이즈로 갈 것 같습니다. 사실 요즘에도 기회가 되면 현재 살고 있는 동네에 Buffalo Wild Wing 부터 찾는 실정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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