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ux/Ubuntu Debian

내가 생각하는 리눅스를 사용하게 되는 이유

smores 2017. 1. 15. 01:00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자도 아니고, 일반적인 컴퓨터 사용자로서의 관점에서 리눅스의 윈도우즈 대비 장점을 한번 생각해 보았다. 사실 리눅스의 윈도우즈 대비 장점에 대해 언급하는 곳은 사방에 널려있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 보면 실제 일반적인 컴퓨터 사용자로서 그 장점이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너무도 많이 있기에 나 나름대로 한번 정리해 보려 한다.


우선 나의 경우 리눅스와 윈도우즈의 사용 빈도를 생각해 보면 회사에서는 어쩔 수 없이 거의 100% 윈도우즈 10 을 사용한다. 전 회사의 전산 시스템이 윈도우즈 기반으로 되어 있는 것도 그렇거니와 나의 업무가 특정 상용 소프트웨어 없이는 아예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예를 들면 LightTools, SolidWorks, Photometric Toolbox, AGI32 같은 공학용 소프트웨어들) 나름대로 내가 필요로 하는 몇몇 작업들은 무료 소프트웨어인 Python + Numpy, Scipy, MatplotLib ... Matlab 대안, gVIM 이나 Geany 같은 무료 텍스트 에디터, GIMP - Photoshop 대안 식의 아주 일부의 작업을 빼고는 윈도우즈를 벗어날 수 없다. 그나마 위의 무료 소프트웨어들은 대부분 윈도우즈 버전도 있기에 리눅스는 Virtualbox 상의 루분투 가상머신 정도 하나 깔아두고 CLI 에서의 작업이 편한 특정 업무들에 대해서만 가끔 사용하는 외에는 거의 리눅스를 쓸 일이 없다고 해야 할 듯 하다.


반면 집에서는 윈도우즈 10을 사지 않았기에 가급적이면 리눅스를 쓴다. 다만 친구와 하는 Startup 의 소프트웨어 개발 때문에 그 경우에 한해서 어쩔수 없이 Win7 에 VisualStudio (정식판) 설치한 (Ubuntu dual booting 으로 되어 있는) 데스크탑에서 윈도우즈로 들어가서 컴퓨터를 사용하곤 한다. 


그럼 개인적으로 리눅스를 쓰는 주된 이유가 뭔지 생각해 보자. 


먼저 과거와는 달리 freeware 들의 질이 워낙 좋아졌기에 일반적인 용도의 일에는 freeware 만으로도 비싼 상용 소프트웨어를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MS Office 대신 LibreOffice, Photoshop 대신 GIMP, Illustrator 대신 Inkscape 같은 식으로... 타인과의 협업 때문에 파일을 서로 공유하는 것 같은 제약이 없다면 일반적인 대다수 업무는 리눅스용 freeware 로 거의 다 대처가 된다고 생각된다. 즉, 돈 들이지 않고도 충분히 높은 품질의 소프트웨어를 쓸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유명한 freeware 들은 윈도우즈와 리눅스 버전이 거의 다 함께 나온다. 때문에 이런 소프트웨어들 때문에 궂이 리눅스를 전용으로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매우 좋은 무료 소프트웨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리눅스에서만 돌아가거나 리눅스상에서 돌리는 것이 윈도우즈 버전보다 훨씬 더 나은 소프트웨어들도 꽤 많다. 이러한 소프트웨어의 사용을 위해서라면 리눅스를 쓰는 이유가 타당하다. 


두번째로, 전문 프로그래머는 아닐 지라도 조금은 코딩도 할 줄 알고 간단한 일들을 리눅스 CLI 에서 처리하는 것이 편하게 느끼는 사람이라면 리눅스가 나을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 주로 멀티미디어 파일 포맷 변경 (비디오 파일에서 음원만 추출한다거나 다수의 그래픽 파일의 포맷 변경을 하는 등의 일), 다수의 파일 이름 변경 등의 일에는 윈도우즈에서 command prompt 띄우고 배치파일 만들고 하는 것 보다 리눅스가 월등히 간편하다.


세번째로는 아주 개인적인 사소한 것들인데, 간혹 윈도우즈에서는 거의 변경 불가능한 데스크탑에 좀 질리는 경우가 있다. 리눅스를 쓸 것 같으면 수많은 다양한 데스크탑 중 원하는 것을 쉽게 골라 쓸수 있는데 비해 윈도우즈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일의 업무 효율이란 것을 따지자면 결국은 한가지를 집중해서 익혀서 쓰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 하지만 개인용 컴퓨터에서 업무 효율을 따지는 것은 좀 그렇지 않은가. 오히려 다양한 것들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개인용이라는 느낌이 더 살아날 것이다. 예전에는 맥북프로가 그처럼 부러웠었다. 미려한 데스크탑과 잘 빠진 랩탑 디자인 그 자체... 하지만 이제는 윈도우즈 랩탑들도 멋진것들이 많다. 그곳에 맥 OSX 못지 않게 미려한 디자인의 리눅스를 돌려 보면 맥 부럽던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역시 UI 관련한 사소한 것이긴 하지만, 윈도우즈에서는 안되지만 리눅스에서는 되는 것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다중 데스크탑(리눅스에서는 workspace 라고 하는 듯)에 대해 서로 다른 월페이퍼를 올리고 싶은데 윈도우즈10은 안된다. 리눅스에서는 가장 가벼운 LXDE 만 해도 이 기능이 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노안이 오다 보니 예전에는 랩탑 스크린에 native resolution 으로 깨알같은 폰트를 올려 쓰기를 좋아했지만, 이제는 이렇게 되면 보기가 너무 힘들다. 연로하신 부모님들이 컴퓨터 화면으로 무언가 보는 것을 싫어하시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 경우 맥이나 리눅스는 대부분의 GUI 용 기본 폰트 사이즈를 매우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데 비해 윈도우즈는 이 일이 무척 번거롭다. 윈도우즈 10으로 오면 기본으로 100, 125, 150% 식으로 해상도를 바꾸는 기능을 지원하지만 이 역시 완전하지 않기에 일부 예전 소프트웨어를 100% 가 아닌 확장된 화면에 올려보면 폰트 렌더링(심지어 메뉴의 폰트 조차)이 너무도 보기 싫어지는 경우들을 만나곤 한다. 특히 요즘처럼 LCD가 싸지고 성능이 높아진 세상이 되다 보니 특히 랩탑의 경우 작은 화면에 HD, FHD 등의 해상도를 때려 넣는 경우들이 많은데 (회사 업무용 Dell 랩탑의 경우 12인치 정도 되는 화면에 1920x1080 픽셀을 넣어 놓았다. 일부 윈도우10 태블릿은 아예 FHD를 10인치 정도 화면에 넣는 경우도 이제는 흔하다) 이런 경우 native resolution 으로 윈도우즈 10을 돌리면 글자를 거의 읽기 힘들 지경이다. 이런 기기에 리눅스를 올려보면 화면 크기와 LCD 해상도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원하는 글자 크기로 앱들을 돌릴 수 있기에 너무도 좋다. 그리고 역시 노안 때문인지 웹서핑시의 브라우저에 뜨는 폰트의 경우 (특히 한글 폰트) 리눅스에서의 렌더링이 윈도우즈에서 보다 훨씬 더 눈에 편하게 느껴진다 (윈도우즈 기본 폰트로 나오는 한글 사이트는 글자 획들이 너무 가는데 비해 리눅스에서는 적당히 진하고 굵어서 잘 보인다. 예전에 맥 사파리에서의 렌더링을 부러워했던 시절이 다 과거가 되었다.


리눅스와 윈도우즈 10에서 본 한글 폰트의 차이








이런 정도의 이유를 제외하곤 여러 사이트들에서 언급하는 리눅스의 장점은 전혀 와 닿지 않고, 심지어는 그 내용이 틀렸다고 느끼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서


리눅스가 윈도우즈보다 시스템이 안정적이다 - GUI 없이 CLI 로만 쓰는 리눅스 서버라면 인정. 하지만 리눅스 CLI 와 윈도우즈 GUI 의 안정성을 비교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같은 GUI 끼리라면 개인적으로 Windows 10 정도면 어떤 리눅스 데스크탑과 비교해도 안정성이 더 높다고 느낀다.


보안 - 과거처럼 리눅스가 많이 안쓰이던 시절, 당연히 해커라면 윈도우즈를 해킹했을 것이다. 이제는 슬슬 리눅스가 수면으로 올라가면서 리눅스의 보안도 문제가 되기 시작한다. 즉, 많이 쓰는 시스템이 되면 당연 나쁜놈들도 더 많이 노리는 것이 아닌가.


다양한 업무환경 지원 - 사실 아예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회사에 가 봐라. 대다수의 업무용 상용 소프트웨어들, 꼭 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리눅스 버전은 안나온다.


리눅스가 설치가 더 쉽다? - 윈도우즈 10과 비교해서 처음 설치에서 완료, 시동까지 어느것이 더 키보드, 마우스 많이 쓰는지 비교해 봐라. 


네트워킹의 다양성과 안정성 - 일반적인 용도 (웹서핑, 게임) 에서 다양한 네트워킹 기능 사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하다못해 집에 개인용 클라우드 같은 것 설치하고 싶다고 할때 그런 용도에 맞는 하드디스크 하나 사서 윈도우즈와 연동하는 것과 직접 리눅스 머신 하나 클라우드 전용으로 세팅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쉬운가?




예전에는 나도 상당히 삐딱이 기질이 있어서 왠지 남이 안가는 길로 가는 것을 즐겼지만, 나이가 들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용하는 것 들은 다 그만한 이유와 가치가 있어서임을 알게 되었다. 다만 그러한 가치 자체만이 아니라 가치 대비 (내가 내 놓아야 할) 비용까지 생각하면 리눅스가 고려할 만한 세상이 되었다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왜 대다수의 사람들이 비싼 돈 들여가며 MS Office 를 쓰겠는가? 만일 나도 MS Office 를 쓰고 있다면 현재 내가 쓰는 용도가 그 값을 지불할 만한 용도로 쓰는가? 아니면 그렇지 않아도 MS Office 정도에 내는 돈이 아까울 것 없을 정도로 부자인가? 아니면 적절한 용도에 맞추어 쓰지는 못해도 그냥 불법으로 어둠의 경로를 거쳐 구한 MS Office 를 쓰면 그만인가? 


불법은 안되고, 내가 사용하는 용도에 비싼 상용 소프트웨어가 아니어도 대안이 있다면 그쪽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것이 내가 리눅스를 사용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